"전기차용 반도체는 이미 자립"…中의 무서운 자신감

입력 2024-03-22 18:21   수정 2024-04-01 20:09


“중국은 반도체 시장의 거대한 바다와 같다. 세계 시장을 지탱할 만큼 큰 시장을 갖고 있으니까.”

지난 20일 중국 상하이 뉴인터내셔널 엑스포센터. 이날부터 22일까지 열린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차이나 2024’ 무대에 오른 진룽자오 나우라테크놀로지(북방화창)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중국은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의 4분의 1을 사들였다”며 “인구, 기술, 인력 등 어떤 수치로 봐도 중국은 거대하다”고 했다.

나우라는 ‘중국 반도체 자립의 상징’으로 꼽히는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다. 미국의 중국 제재 이후 오히려 실적이 껑충 뛰었다. 지난해 1~3분기 순이익은 52억7513만위안(약 9745억원)으로 2022년 한 해 순이익(23억5272위안)을 두 배 이상 넘어섰다. 나우라의 기술력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 덕분에 이날 나우라 부스는 신제품 등을 둘러보려는 인파로 하루종일 북적였다.

몇 년 새 몰라보게 높아진 중국의 실력을 보여준 업체는 나우라뿐만 아니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1100여 개 기업 중 상당수가 나우라 같은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이었다. 실리콘카바이드(SiC),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 전력 반도체를 부스에 내건 웨이퍼 생산업체 중환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전기차에 필수로 들어가는 전력반도체는 기술력이 높아야 만들 수 있는 반도체로 통한다. 중환반도체 관계자는 “전력반도체 기술은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며 “전기차용 반도체 자립은 이미 이뤘다”고 말했다.

중국 식각장비 시장을 60~75%가량 점유한 중국 2위 반도체 장비업체 AMEC도 ‘중국 반도체 굴기’를 보여주는 기업 중 하나다. 2022년 말에는 제품 종류별로 0~20%였던 점유율을 순식간에 끌어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AMEC 덕분에 중국은 반도체 3대 공정 중 하나인 식각을 완전히 국산화했다”며 “중국 반도체 기업은 물론 TSMC도 AMEC 장비를 쓴다”고 했다.

중국 반도체의 급성장 배경에는 정부가 주도한 ‘중국산 우선 이용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화웨이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테크기업은 자사 제품에 YMTC, SMIC 등 중국 반도체를 장착하고, YMTC와 SMIC는 반도체를 생산할 때 나우라, AMEC 등 중국산 장비를 사용하는 식이다. 중국 화타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구매한 장비의 47.25%는 중국산이었다.

미국 제재의 핵심인 첨단 노광장비에 대한 국산화 작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자체 기술로 28㎚(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노광장비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가 대표적이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이제 한국 진출을 노릴 정도로 힘이 세졌다. 중환반도체는 최근 경기 광명시에 한국 사무소를 세우고 고객사를 찾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매력을 느낀 한국 업체가 많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미 한국에 진출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AMEC도 고객사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공습’이 조만간 현실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럴드 인 AMEC 회장은 최근 “중국이 수입하는 반도체 장비의 80%를 연말까지 중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사상 최대인 270억달러(약 36조원) 규모의 반도체 자립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상하이=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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